곶감 어원에는 왜 꽂는 동작이 남았을까요?

겨울이면 교실에 곶감을 가져오는 학생이 있습니다. 한 번은 칠판에 ‘곳감’이라고 쓴 학생이 제게 물었어요. “소리는 이렇게 나는데 왜 ‘곶감’이에요?” 좋은 질문이었습니다. 이 말은 말린 감의 맛보다, 감을 말리던 옛사람의 손동작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곶’은 감을 어떻게 했다는 뜻일까요?
‘곶감’의 ‘곶’은 옛말 ‘곶다’의 어간 ‘곶-’으로 풀이합니다. 오늘날의 ‘꽂다’에 해당하는 말이지요. 뒤에 붙은 ‘감’은 우리가 먹는 그 과일입니다. 두 부분을 이어 보면 본래 ‘꽂아서 말린 감’이라는 뜻이 됩니다. 조항범의 『우리말 어원 사전』도 이 말의 짜임을 ‘곶-’과 ‘감’의 결합으로 설명합니다.
지금은 감의 꼭지를 줄에 묶어 매달아 말리는 모습이 더 익숙합니다. 그래서 ‘꽂는다’는 풀이가 낯설 수도 있어요. 예전에는 껍질을 벗긴 감을 꼬챙이에 꿰어 말리기도 했습니다. 그 모습을 떠올리면 이름에 왜 동작이 들어갔는지 보입니다. ‘말린 감’이라는 결과보다 ‘감에 꼬챙이를 꽂는’ 과정에 눈길을 둔 이름인 셈입니다.
여기서 ‘곶’을 꽃의 옛 표기로 이해하면 이야기가 엉뚱한 쪽으로 갑니다. 꽃처럼 생겨서 곶감이 된 것이 아닙니다. ‘곶감’을 쓸 때 ‘꽂다’를 함께 떠올리면 ㅈ 받침의 이유가 훨씬 선명해집니다.
옛 문헌에는 왜 ‘곳감’이라고 적혔을까요?
17세기 문헌에서 확인되는 표기는 ‘곳감’입니다. 당시에는 받침을 적는 방식이 지금과 달랐습니다. 받침 자리에 쓸 수 있는 글자를 제한하던 표기 관습 때문에, 말의 짜임에 있는 ‘곶-’을 ‘곳-’으로 적은 것이지요. 뒤에 ‘감’이 붙어 ‘곳감’이 되었습니다.
이 표기는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진 실수가 아닙니다. 조항범의 어원 설명에 따르면 ‘곳감’은 18세기와 19세기 문헌을 거쳐 1920년대 자료에서도 보입니다. 이후에는 어원을 드러낸 ‘곶감’ 표기가 나타납니다. 다만 이 변화를 어느 한 해에 표준어가 ‘곳감’에서 ‘곶감’으로 바뀐 사건처럼 말할 근거는 없습니다. 옛 문헌의 표기와 오늘날의 표준 표기를 구분해서 읽는 편이 정확합니다.
학생에게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옛사람이 ‘곳감’이라고 썼다고 해서 감을 꽂는 동작이 없었던 것은 아니라고요. 문헌에 적힌 글자와 그 말을 이루는 부분은 늘 같은 모양으로 드러나지 않습니다. 옛 표기를 만났을 때 지금의 맞춤법으로 바로 고치려 들면, 오히려 그 시대 글쓰기의 흔적을 놓치게 됩니다.
소리는 ‘곳감’ 같은데 왜 ‘곶감’일까요?
‘곶감’을 소리 내면 [곧깜]입니다. ‘곶’의 받침 ㅈ은 뒤에 오는 ㄱ 앞에서 [ㄷ]으로 나고, 뒤의 ㄱ은 된소리 [ㄲ]으로 납니다. 귀로 들은 소리만 가지고 받침을 고르기는 어렵지요. ‘곳감’이라고 적고 싶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표준 표기는 ‘곶감’입니다.
맞춤법에서는 소리를 그대로 옮기는 것만큼 말의 짜임을 살피는 일도 중요합니다. 이 말의 앞부분을 옛말 ‘곶다’의 ‘곶-’으로 보면, ‘곶감’의 ㅈ 받침이 어디서 왔는지 설명할 수 있습니다. 반면 ‘곳감’의 ㅅ 받침만 보면 ‘곳’과 감이 무슨 관계인지 짐작하기 어렵습니다. 발음은 [곧깜]으로 하되 글에서는 ‘곶감’으로 적는 이유입니다.
‘꽂다’가 떠올랐다고 해서 ‘꽂감’으로 적는 것도 현재의 기준에는 맞지 않습니다. 오늘날의 동사 ‘꽂다’를 그대로 앞에 붙여 새로 만든 말이 아니라, 오래전에 굳어진 ‘곶감’이라는 낱말이기 때문입니다. 옛 동사의 모습이 이름 속에 남아 있다고 생각하면 ‘곶감’과 ‘꽂다’가 서로 다른 글자라는 점도 자연스럽습니다.
꿰지 않고 말린 감도 곶감일까요?
그렇습니다. 지금 곶감을 만들 때는 꼭지에 줄을 묶어 매달기도 하고, 한 개씩 걸어 말리기도 합니다. 꼬챙이에 꿰는 방식이 줄었다고 해서 이름까지 새로 붙이지는 않았습니다. 말이 처음 생겨난 사연과 오늘날 물건을 만드는 방식이 꼭 일치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곶감과 관련된 한자어를 나란히 놓아도 이름 붙이는 관점의 차이가 보입니다. ‘관시(串柹)’는 꿰는 방식에, ‘건시(乾柹)’는 말렸다는 상태에 초점을 둔 말입니다. 같은 감을 두고도 무엇을 눈여겨보느냐에 따라 이름이 달라진 것이지요. 우리말 ‘곶감’에는 그중에서도 꿰어 말리던 동작이 남았습니다.
아이들에게 ‘곶감 꼬치에서 곶감 빼 먹듯’이라는 속담을 들려주면 감을 꿰어 두던 모습이 더 또렷해집니다. 알뜰히 모아 둔 것을 하나씩 손쉽게 빼어 먹어 없앤다는 뜻인데, 꼬치에 줄지어 있던 곶감을 상상하면 비유가 보입니다. 이름과 속담이 같은 옛 풍경을 간직한 셈이지요.
다음에 곶감을 적다가 손이 멈춘다면, 감을 말리려고 꼬챙이에 하나씩 꿰던 장면을 떠올려 보세요. 한 글자를 억지로 외우는 것보다 그 장면이 오래 남습니다. 저는 이런 말들을 만날 때마다 맞춤법이 옛사람의 생활을 읽는 작은 단서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