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 사투리 능력고사는 왜 들어야 풀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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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도 사투리 능력고사는 왜 들어야 풀릴까요?

얼마 전 수업에서 학생들과 경상도 사투리 능력고사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낱말 뜻을 꽤 아는 학생도 문장 문제 앞에서는 오래 망설이더군요. 종이에 적힌 말만 보고 답을 골랐다가, 경상도 출신 친구가 소리 내어 읽어 주자 “아, 그런 뜻이었어?” 하고 웃었습니다. 사투리는 낱말 몇 개를 표준어로 바꾸는 일만으로는 잘 읽히지 않습니다. 누가 누구에게, 어떤 억양으로 말하는지까지 들어야 뜻이 또렷해집니다.

같은 글자도 소리로 갈립니다

경상도 사투리 능력고사에서 낯선 단어보다 어려운 문제가 있습니다. 글자는 익숙한데 말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문제입니다. 짧은 문장일수록 앞뒤 상황이 빠져 있으니 더 그렇습니다. 평소 대화를 나눌 때는 표정과 억양이 빈자리를 채우지만, 화면에는 글자만 남아 있지요.

예를 들어 “밥 묵었나?”를 보겠습니다. ‘묵다’는 이 문장에서 ‘먹다’에 해당하므로 “밥 먹었니?” 정도로 옮길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 대화에서는 밥을 먹었는지 확인하는 말일 수도, 끼니를 챙겼는지 걱정하는 인사일 수도 있습니다. 뜻풀이 하나를 외우는 것보다 이 말을 건네는 장면을 떠올리는 편이 오래 남습니다.

사투리를 글로 적을 때 생기는 어려움도 있습니다. 말끝의 높낮이와 길이는 글자만으로 온전히 옮기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종이에 적힌 짧은 말을 보고 지역 사람 모두가 같은 억양으로 읽으리라 기대해서는 곤란합니다. 같은 경상도 안에서도 사는 곳과 세대에 따라 익숙한 말과 쓰는 방식이 다를 수 있습니다.

‘밥 묵었나’와 ‘뭐 묵었노’는 무엇을 물을까요?

두 문장을 나란히 놓으면 말끝의 역할이 보입니다. “밥 묵었나?”는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를 묻습니다. 대답은 “묵었다” 또는 “아직 안 묵었다”처럼 할 수 있지요. 반면 “뭐 묵었노?”는 먹은 것이 무엇인지 묻습니다. “국수 묵었다”처럼 음식 이름을 대답해야 자연스럽습니다.

이런 차이를 국어 문법에서는 ‘예, 아니요’로 답할 수 있는 질문과 구체적인 내용을 요구하는 질문의 차이로 설명합니다. 국립국어원 우리말샘은 경상 지역 방언의 말끝 ‘-나’와 ‘-노’를 각각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를 발판 삼으면 시험 화면에서 두 말끝을 만났을 때 무엇을 물어야 자연스러운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의문사가 있으면 언제나 -노, 없으면 언제나 -나’처럼 외우면 실제 말과 어긋날 수 있습니다. 방언은 교과서 예문보다 넓게 쓰이고, 지역마다 말끝의 쓰임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국립국어원 역시 방언의 구체적인 용법을 하나의 설명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규칙은 길잡이로 쓰되, 대화 속에서 어떻게 들리는지도 함께 봐야 합니다.

‘억수로’는 왜 ‘아주’보다 생생할까요?

“비가 억수로 온다”는 말을 들으면 비가 제법 세차게 내리는 장면이 그려집니다. ‘억수로’는 ‘매우’, ‘몹시’에 가까운 뜻으로 쓰이는 경상 지역의 말입니다. 그래서 “억수로 맛있다”는 말을 그저 “많이 맛있다”로 기계적으로 옮기기보다, 말하는 사람이 강하게 느낀 정도를 헤아리는 편이 낫습니다.

여기서 어원을 쉽게 지어 내고 싶어질 때가 있습니다. ‘억수’가 아주 많이 내리는 비를 가리키니 ‘억수로’도 거기서 나왔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국립국어원은 ‘억수로’의 어원 자료가 없어 두 말의 직접적인 관계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설명합니다. 닮은 모양은 흥미로운 단서이지만, 곧바로 확정된 유래가 되지는 않습니다. 학생들에게도 이런 대목은 아는 것과 짐작하는 것을 구분해 이야기합니다.

‘가시나’도 소리만 듣고 거친 말로 단정하기 어려운 예입니다. 국립국어원의 지역어 조사에는 경상도에서 여자아이를 ‘가스나’ 또는 ‘가시나’, 남자아이를 ‘머스마’ 등으로 부른 사례가 나옵니다. 국립국어원에서 소개한 옛 문헌에도 이 말과 관련해 살펴볼 만한 형태가 남아 있습니다. 다만 오늘날 누군가를 어떻게 부르면 좋을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뜻을 아는 것과 상대가 편하게 들을 말인지 판단하는 것은 함께 가야 합니다.

점수보다 오래 남는 것은 말이 쓰인 장면입니다

문제를 풀다 틀렸다면 정답 단어만 다시 읽기보다 문장 하나를 만들어 보는 게 좋습니다. ‘억수로’를 외울 때는 비 오는 날 누군가 “억수로 온다”라고 말하는 장면을, ‘묵었나’를 외울 때는 식사 시간을 지나 만난 사람이 끼니를 묻는 장면을 붙여 보는 식입니다. 말이 쓰인 자리를 기억하면 다음에 낯선 문장을 만나도 뜻을 짐작할 실마리가 생깁니다.

경상도 사투리 능력고사의 등급은 재미있는 대화거리가 됩니다. 그렇지만 높은 점수가 곧 그 지역의 말을 다 안다는 뜻은 아닙니다. 실제 말에는 문제지에 담기 어려운 억양과 관계, 살아온 동네의 시간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학생이 정답 번호를 맞혔을 때보다 “이 말은 어떤 상황에서 쓰지?” 하고 묻기 시작할 때 더 반갑습니다. 그 질문이 남의 말을 조금 더 정확히 듣게 해 주기 때문입니다.

경상도 사투리 능력고사는 왜 들어야 풀릴까요?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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