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수 갯수 발음이 왜 헷갈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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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수 갯수 발음이 왜 헷갈릴까요?

얼마 전 학생이 과제 안내문에 적힌 ‘문항의 갯수’를 가리키며 물었습니다. “선생님, [개쑤]라고 읽는데 왜 ‘갯수’는 틀려요?” 소리를 듣고 쓴 것이라 자연스러운 질문입니다. 실제로 이 말은 [개ː쑤]로 발음합니다. 그런데 글로 쓸 때는 ‘개수’가 맞습니다. 발음에서 들리는 된소리와 글자에 적는 사이시옷이 늘 짝을 이루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개수’는 어떤 말에서 왔을까요?

‘개수’는 한자로 個數라고 씁니다. 個는 낱낱의 물건을 세는 ‘개’, 數는 ‘수’를 뜻하지요. 낱으로 셀 수 있는 물건이 모두 몇 개인지를 나타내는 말입니다. “상자에 든 연필의 개수를 세어 보자”라고 하면 연필이 몇 자루인지 확인하자는 뜻입니다.

우리가 “연필 세 개”라고 말할 때의 ‘개’와 뜻이 이어져 있어서 친숙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개수’의 두 글자는 모두 한자에서 왔습니다. 바로 이 점이 표기를 가릅니다. 소리만 들으면 첫 글자 뒤에 ㅅ을 넣고 싶어지지만, 사이시옷은 된소리가 들릴 때마다 붙이는 표시가 아닙니다.

국립국어원이 설명하는 한글 맞춤법 제30항은 사이시옷을 적는 말의 범위를 정해 두었습니다. 순우리말끼리 결합했거나 순우리말과 한자어가 결합한 말에서는 일정한 발음 조건에 따라 사이시옷을 적습니다. 반면 한자어끼리 결합한 말은 정해진 예외를 빼고 사이시옷을 적지 않습니다. 個와 數로 이루어진 ‘개수’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개ː쑤]로 들리는데 왜 ‘갯수’가 아닐까요?

학생이 가장 오래 붙잡는 부분은 발음입니다. ‘개수’는 둘째 음절의 ㅅ을 된소리로 내어 [개ː쑤]라고 읽습니다. 대화에서는 첫 음절을 길게 내는 표시까지 의식하기 어렵지만, [쑤]라는 소리는 분명히 들리지요. 그래서 발음을 그대로 옮겨 ‘갯수’라고 쓰기 쉽습니다.

그런데 된소리가 난다는 사실만으로 표기에 ㅅ을 넣을 수는 없습니다. 국립국어원은 ‘개수’에서 나타나는 된소리 발음을 한자어의 수의적인 된소리되기 현상으로 설명합니다. 여기서 기억할 것은 발음과 표기를 판단하는 기준이 서로 다르다는 점입니다. 말할 때는 [개ː쑤]라고 해도, 적을 때는 두 한자어의 결합이라는 짜임과 맞춤법 규정을 따라 ‘개수’라고 씁니다.

비슷한 예로 ‘초점’은 [초쩜], ‘대가’는 [대ː까]로 발음하지만 ‘촛점’, ‘댓가’로 적지 않습니다. 둘 다 한자어끼리 결합한 말이기 때문입니다. 입으로 한 번 읽고 글자로 옮길 때 망설여진다면, 뒷말이 세게 들리는지만 보지 말고 앞뒤 말이 어디서 왔는지를 확인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그렇다면 ‘횟수’에는 왜 ㅅ이 있을까요?

‘개수’ 옆에 ‘횟수’를 놓으면 혼란스러워집니다. ‘횟수’도 回數, 곧 한자어와 한자어가 결합한 말입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사이시옷을 씁니다. 한글 맞춤법 제30항에서 예외로 정한 두 음절 한자어 여섯 개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그 여섯 말은 곳간, 셋방, 숫자, 찻간, 툇간, 횟수입니다. 예외 목록에 ‘개수’는 없습니다. ‘횟수’에 ㅅ이 있으니 ‘개수’에도 있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은 이해되지만, 두 단어의 표기는 같은 방식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국립국어원의 설명에 따르면 1988년 맞춤법 규정에서도 사이시옷을 적는 한자어는 이 여섯 말로 제한했습니다. ‘개수’가 최근에 ‘갯수’에서 바뀐 것은 아닙니다.

뜻도 함께 구별하면 쓰임이 선명해집니다. “문항의 개수는 20개다”에서는 문항이 몇 개인지를 말합니다. “시험을 본 횟수는 세 번이다”에서는 일이 몇 번 일어났는지를 말하지요. 물건이나 항목을 낱으로 셀 때는 ‘개수’, 일이 반복된 차례를 셀 때는 ‘횟수’가 어울립니다.

문장에서는 어떻게 쓰면 자연스러울까요?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는 단어만 외우기보다 짧은 문장 속에 넣어 보게 합니다. ‘개수’가 필요한 자리와 ‘개’가 필요한 자리를 함께 보면 표현도 또렷해집니다.

  • 준비한 의자의 개수를 확인했다.
  • 의자 다섯 개를 더 가져왔다.
  • 같은 문제를 푼 횟수를 기록했다.

첫 문장의 ‘개수’는 의자가 모두 몇 개인지 가리키는 한 단어입니다. 둘째 문장의 ‘개’는 ‘다섯’ 뒤에 오는 낱말이므로 띄어 써서 ‘다섯 개’라고 합니다. 셋째 문장에서는 의자의 수가 아니라 문제 풀이를 몇 번 했는지가 중요하므로 ‘횟수’를 썼습니다. ‘개수’와 ‘개 수’를 무턱대고 바꿔 쓰거나, ‘개수’와 ‘횟수’를 같은 뜻으로 다루면 문장이 어색해질 수 있습니다.

저도 칠판에 ‘개수’를 쓸 때는 먼저 個數 두 글자를 떠올립니다. 그다음 학생들과 [개ː쑤]라고 소리 내어 읽습니다. 소리는 된소리로 나지만 두 한자어 사이에 ㅅ을 적지는 않는다는 사실이 그렇게 남습니다. 한 번쯤 헷갈렸던 발음이 오히려 단어의 짜임을 기억하게 해 주는 셈입니다.

개수 갯수 발음이 왜 헷갈릴까요?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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