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운뎃점은 언제 써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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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뎃점은 언제 써야 할까요?

얼마 전 학생이 ‘금·은·동메달’을 적다가 손을 멈췄습니다. 금메달, 은메달, 동메달을 줄인 말인 건 알겠는데, 사이에 점을 찍어도 되는지 헷갈린다는 거였지요. 가운뎃점은 쓰임을 따로따로 외우면 어렵습니다. 여러 말을 가까이 묶어 보여 주는 점이라고 생각하면 한결 쉽습니다.

쉼표와 가운뎃점은 무엇이 다를까요?

‘사과, 배, 복숭아를 샀다’에서는 과일을 하나씩 늘어놓았습니다. 쉼표가 자연스럽습니다. 반면 ‘민수·영희, 선미·준호가 짝을 지었다’에서는 두 사람씩 한 조를 만들었습니다. 한 조 안에는 가운뎃점을, 조와 조 사이에는 쉼표를 쓴 까닭입니다.

국립국어원의 문장 부호 규정도 가운뎃점을 열거할 어구들을 일정한 기준으로 묶어 나타낼 때 쓴다고 설명합니다. 점 하나가 ‘이 둘은 한 묶음’이라는 뜻을 전하는 셈이지요. 이름 넷을 모두 쉼표로 이으면 누가 누구와 짝인지 글만 보고는 알기 어렵습니다.

수업에서는 ‘수정·보완’과 ‘수정, 보완’을 나란히 보여 줍니다. 앞의 표기는 두 일을 긴밀하게 엮어 하나의 활동처럼 읽히게 합니다. 뒤의 표기는 두 일을 차례로 나열하는 느낌이 강합니다. 그렇다고 둘 중 하나만 언제나 맞는 것은 아닙니다. 국립국어원 해설은 짝을 이루는 어구 사이에 가운뎃점을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면서, 쉼표를 쓰거나 부호를 쓰지 않는 것도 허용합니다. 문장에서 무엇을 한데 묶어 보여 주려는지가 선택의 기준입니다.

같은 말을 줄였을 때 점이 필요한 이유

‘금메달, 은메달, 동메달’을 적을 때마다 ‘메달’을 세 번 쓰지 않아도 됩니다. 공통으로 들어가는 말을 끝에 한 번만 남기면 ‘금·은·동메달’이 됩니다. 앞의 ‘금’과 ‘은’에도 뒤의 ‘메달’이 이어진다는 사실을 가운뎃점이 보여 주지요.

‘상·중·하위권’도 같은 방식입니다. 풀어 쓰면 상위권, 중위권, 하위권입니다. ‘통권 제54·55·56호’라면 제54호, 제55호, 제56호를 묶어 적은 것입니다. 이런 표기를 읽을 때는 끝에 남은 공통 부분을 앞말마다 붙여 보면 뜻이 풀립니다. 국립국어원 규정은 이 경우 가운뎃점 대신 쉼표를 쓰는 것도 허용합니다. 따라서 ‘금, 은, 동메달’ 역시 가능한 표기입니다.

그런데 줄여 쓴 모든 말에 점을 찍지는 않습니다. ‘선배와 후배’를 아울러 이르는 ‘선후배’는 이미 한 단어로 굳었습니다. ‘선·후배’라고 점을 넣어야만 뜻이 통하는 단계가 아닌 것이지요. 국립국어원 해설도 선후배처럼 한 단어가 된 말에는 가운뎃점이나 쉼표를 쓰지 않는다고 밝힙니다. 헷갈릴 때는 지금 여러 말을 줄여 묶는 중인지, 이미 한 단어로 쓰이는 말인지를 먼저 가려야 합니다.

3·1 운동의 점은 꼭 가운뎃점이어야 할까요?

오래된 교재를 보면 ‘3·1 운동’이나 ‘8·15 광복’이 눈에 익습니다. 그래서 ‘3.1 운동’은 틀렸다고 기억하는 분도 있습니다. 지금 규정은 다릅니다. 특정한 의미가 있는 날을 숫자로 적을 때 월과 일 사이에는 마침표를 쓰는 것이 원칙이고, 가운뎃점도 쓸 수 있습니다. ‘3.1 운동’과 ‘3·1 운동’이 모두 가능한 까닭입니다.

이 부분은 바뀐 시점을 함께 기억하면 덜 헷갈립니다. 종전 규정에서는 이런 날에 가운뎃점만 쓰도록 했습니다. 2015년 1월 1일부터 시행된 개정 문장 부호 규정에서는 실제 쓰임과 입력의 편의를 고려해 마침표를 원칙으로 삼고 가운뎃점도 허용했습니다. 예전 교재의 표기가 그대로 남아 있어도 틀린 글이 아닙니다.

날짜를 뜻한다고 해서 아무 점이나 넣는 것은 아닙니다. ‘삼일절’처럼 한글로 적은 말 안에 점을 끼워 넣지는 않습니다. 또 ‘3.1 운동’의 점은 역사적 의미가 있는 날의 월과 일 사이를 표시합니다. 앞에서 본 ‘금·은·동메달’의 점처럼 여러 말을 묶는 쓰임과는 이유가 다릅니다. 모양이 비슷해도 문장 안에서 맡은 일이 다른 셈입니다.

실제로 적을 때는 무엇을 확인할까요?

가운뎃점은 앞말과 뒷말에 붙여 씁니다. ‘조사·분석’처럼 적고 ‘조사 · 분석’처럼 양옆을 띄우지 않습니다. 문장을 다 쓴 뒤에는 점을 빼고 읽어 보아도 좋습니다. 서로 짝을 이루는 말인지, 뒤의 공통 성분을 앞에서도 함께 쓰는지 확인하면 점이 필요한 이유가 보입니다.

  • ‘민수·영희, 선미·준호’는 두 사람씩 짝을 묶은 표기입니다.
  • ‘금·은·동메달’은 공통 성분인 ‘메달’을 한 번만 쓴 표기입니다.
  • ‘선후배’는 한 단어로 굳어 점을 넣지 않는 표기입니다.
  • ‘3.1 운동’은 마침표가 원칙이며 ‘3·1 운동’도 허용되는 표기입니다.

학생에게는 점의 이름보다 먼저 ‘무엇과 무엇을 한편으로 보여 주고 싶은가’를 묻습니다. 그 질문에 답하고 나면 쉼표를 쓸 자리와 가운뎃점을 쓸 자리가 조금씩 달리 보입니다. 작은 점 하나지만, 글쓴이가 말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드러내는 부호입니다.

가운뎃점은 언제 써야 할까요?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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