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틀리는 맞춤법 퀴즈 몇 개나 맞히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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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틀리는 맞춤법 퀴즈 몇 개나 맞히실까요?

수업 시간에 ‘왠지’를 칠판에 쓰면 꼭 누군가 손을 듭니다. “선생님, 웬지가 맞는 것 아니에요?” 16년째 국어를 가르치지만 이런 질문은 반갑습니다. 헷갈린다는 건 두 말의 모양을 자세히 보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맞춤법은 정답만 외우면 금세 흐릿해집니다. 말이 어디서 왔는지 알면 다음 문장에서도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먼저 여덟 문장을 골라 볼까요?

괄호 안의 두 표현 가운데 자연스러운 것을 하나씩 골라 보세요. 답은 바로 아래에 있지만, 이유도 함께 생각해 보면 더 오래 남습니다.

  • ① (왠지 / 웬지) 오늘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
  • ② 네가 먼저 연락하다니 (웬일 / 왠일)이야?
  • ③ 내일은 절대 늦으면 (되 / 돼).
  • ④ 아직 숙제를 (안 / 않) 했어.
  • ⑤ 그 말을 믿지 (안았어 / 않았어).
  • ⑥ 생일이 몇 월 (몇일 / 며칠)이야?
  • ⑦ 비가 그치자 하늘이 (금세 / 금새) 맑아졌다.
  • ⑧ 새 학기를 앞둔 (설렘 / 설레임)이 있다.

답은 차례대로 왠지, 웬일, 돼, 안, 않았어, 며칠, 금세, 설렘입니다. 여덟 개를 모두 맞혔더라도 ‘왜?’라는 질문을 붙여 보세요. 비슷하게 들리는 말들이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다는 사실이 보입니다.

‘왜’가 숨어 있는 말과 ‘어찌 된’을 뜻하는 말

왠지와 웬일

첫 번째 문장의 ‘왠지’는 ‘왜인지’가 줄어든 말입니다. ‘왜 그런지 모르게 오늘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로 풀어도 뜻이 통하지요. 반면 ‘웬’은 ‘어찌 된’, ‘어떠한’이라는 뜻을 가진 말입니다. ‘웬 손님이 왔어?’, ‘웬 걱정이 그렇게 많아?’에서 쓰는 바로 그 ‘웬’입니다.

그래서 ②는 ‘어찌 된 일이야?’라는 뜻의 ‘웬일’이 맞습니다. 여기서는 ‘웬’과 ‘일’이 합쳐져 하나의 단어로 굳었으므로 붙여 씁니다. ‘웬 말이야?’처럼 ‘웬’이 뒤의 명사를 꾸밀 때에는 띄어 쓰고요. 국립국어원도 ‘왠지’는 ‘왜인지’에서, ‘웬일’은 ‘어찌 된 일’에서 뜻을 찾도록 설명합니다. 글자를 통째로 외우기보다 문장 속에서 ‘왜 그런지’와 ‘어찌 된’을 바꿔 넣는 편이 확실합니다.

짧아진 말은 원래 모습을 펼쳐 보면 됩니다

되와 돼, 안과 않

③의 답은 ‘돼’입니다. ‘돼’는 ‘되어’가 줄어든 형태라서 “늦으면 절대 되어”라고 펼쳐 보면 자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문장은 “늦으면 안 돼”처럼 쓰는 경우가 더 익숙하지요. 반대로 “잘 되기를 바란다”의 ‘되’에는 ‘어’를 끼워 “잘 되어기를”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이때는 ‘되’를 그대로 씁니다. ‘돼’가 들어갈 자리인지 망설여질 때 줄이기 전의 ‘되어’를 넣어 보는 까닭입니다.

④의 ‘안’은 ‘아니’가 줄어든 말입니다. “숙제를 아니 했어”라고 풀어 보면 동사 ‘했어’ 앞에서 부정하는 뜻이 드러납니다. ⑤의 ‘않았어’는 ‘아니하였어’가 줄어든 형태입니다. “믿지 아니하였어”에서 ‘-지 않다’의 짝을 볼 수 있지요. ‘안’과 ‘않’은 소리가 비슷해도 출발점이 다릅니다. ‘안 했어’는 띄어 쓰고, ‘믿지 않았어’에서는 ‘않았어’가 뒤에 옵니다. 학생들에게 두 문장을 나란히 적게 하면 받침 하나를 외우는 것보다 구조가 빨리 보이곤 합니다.

익숙한 소리가 글자까지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며칠, 금세, 설렘

⑥은 ‘며칠’입니다. 날짜를 물으니 ‘몇 일’처럼 나누고 싶어지지만, “오늘 며칠이야?”도 “며칠 동안 쉬었어?”도 ‘며칠’로 씁니다. 국립국어원은 한글 맞춤법 제27항의 취지에 따라 어원이 분명하지 않은 말은 억지로 원형을 밝혀 적지 않는다고 설명합니다. 뜻을 생각해 ‘몇’과 ‘일’을 조립한 표기가 그럴듯해 보여도, 지금 굳어진 표기는 ‘며칠’입니다.

⑦의 ‘금세’에는 한자어 ‘금시(今時)’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금시에’가 줄어 ‘금세’가 된 것이지요. ‘어느새’, ‘밤새’를 떠올리면 ‘금새’가 편해 보이지만, 그 말들의 ‘새’는 ‘사이’와 관련이 있습니다. 겉모양이 비슷한 말이라고 해서 만들어진 과정까지 같은 것은 아닙니다.

마지막은 ‘설렘’입니다. 기본형은 ‘설레다’이고, 여기에 명사를 만드는 ‘-ㅁ’이 붙었습니다. ‘설레다’에 없는 ‘이’를 보태 ‘설레임’이라고 쓰면 기본형부터 달라집니다. 국립국어원도 ‘설렘’을 표준어로 안내합니다. ‘설레는 마음’, ‘마음이 설렜다’를 함께 떠올리면 ‘설렘’의 모양이 훨씬 자연스럽습니다.

틀린 답을 고른 문장이 있다면 그 말의 처음 모습만 다시 떠올려 보세요. 왠지는 ‘왜인지’, 돼는 ‘되어’, 안은 ‘아니’, 금세는 ‘금시에’에서 왔습니다. 반대로 ‘며칠’처럼 우리가 쉽게 짐작한 조합보다 굳어진 표기가 앞서는 말도 있습니다. 맞춤법을 가르칠 때 제가 정답표보다 말의 사연을 먼저 꺼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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