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아버지 높임말은 왜 춘부장일까요?

Last Updated :
남의 아버지 높임말은 왜 춘부장일까요?

얼마 전 수업에서 학생이 “친구 아버지를 춘부장이라고 부르면 되나요?” 하고 물었습니다. 사전에서 찾은 뜻은 맞지만, 막상 친구 아버지 앞에서 “춘부장!” 하고 부르는 장면을 떠올리니 조금 어색하지요. 남의 아버지 높임말을 고를 때는 그분을 직접 부르는지, 다른 사람에게 가리켜 말하는지부터 생각하면 쉽습니다.

춘부장에는 오래 사시라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은 ‘춘부장’을 남의 아버지를 높여 이르는 말로 풀이합니다. 한자로는 椿府丈입니다. ‘춘(椿)’은 참죽나무를 가리키고, ‘장(丈)’은 어른이라는 뜻을 지닙니다. 이 낱말을 보면 왜 하필 나무가 아버지를 높이는 말에 들어갔을까 궁금해집니다.

참죽나무를 뜻하는 ‘춘’은 오래 삶을 떠올리게 하는 글자이기도 합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장자』에 나오는 대춘 이야기를 소개하며, 춘부장에도 참죽나무처럼 오래 사시기를 바라는 뜻이 담긴 것으로 본다고 설명합니다. 상대의 아버지를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건강과 장수를 기원하는 마음까지 얹은 셈입니다. 낱말의 유래를 알고 나면 ‘춘부장’이 단순히 어려운 한자어로만 보이지 않습니다.

“춘부장께서는 안녕하십니까?”처럼 상대에게 아버지의 안부를 물을 때 쓸 수 있습니다. 다만 요즘 일상 대화에서는 격식 있게 들리는 말입니다. 친한 친구에게 갑자기 쓰면 그 마음과 별개로 말투가 멀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낱말의 뜻을 아는 것과 그 자리에 어울리게 쓰는 것은 조금 다른 문제입니다.

친구 아버지를 직접 뵈면 뭐라고 부를까요?

여기서 ‘부르는 말’과 ‘가리키는 말’을 나눠 볼 필요가 있습니다. 친구 아버지를 만나 인사할 때는 “민수 아버님, 안녕하세요?”가 자연스럽습니다. 그런데 친구에게 그분의 안부를 묻는다면 “아버님은 잘 지내셔?” 또는 “민수야, 아버지는 건강하시지?”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앞 문장의 ‘민수 아버님’은 직접 부르는 말이고, 뒤 문장의 ‘아버님’과 ‘아버지’는 대화 속에서 가리키는 말입니다.

국립국어원이 소개한 표준 언어 예절에서도 친구 아버지를 부를 때 ‘친구 이름+아버님’, ‘어르신’ 등을 제시합니다. 친구에게 그 아버지를 가리킬 때는 ‘아버님’, ‘아버지’를 쓸 수 있고, 성인이라면 ‘춘부장’도 가능합니다. 그러니 사전에 ‘춘부장’이 남의 아버지 높임말이라고 나온다고 해서, 그분 앞에서 반드시 그 말로 불러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직접 뵙는 자리라면 “민수 아버님”이 대체로 더 편안합니다.

가족 관계를 모르는 어른에게 무턱대고 ‘아버님’이라고 부르기보다 ‘어르신’이라고 하는 편이 알맞은 자리도 있습니다. 반대로 친구 아버지임을 서로 잘 아는 자리라면 이름을 붙인 ‘○○ 아버님’이 누구를 부르는지 분명하게 해 줍니다. 높임말은 어려운 단어를 많이 아는 일보다, 듣는 사람이 편하게 알아들을 말을 고르는 일에 가깝습니다.

부친과 아버님은 어떻게 다를까요?

“선생님 부친께서 오셨습니다”라는 문장도 들어 보셨을 겁니다. ‘부친’은 아버지를 정중하게 이르는 말로, 남의 아버지를 가리킬 때도 쓸 수 있습니다. 다만 누군가를 직접 부르는 자리에서 “부친, 이쪽으로 오세요”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부친’은 주로 그분을 가리켜 말할 때 어울립니다.

‘아버님’은 ‘아버지’의 높임말입니다. 국립국어원 온라인가나다도 타인의 아버지는 ‘아버님’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안내합니다. “아버님께서 말씀하셨어요”처럼 남의 아버지를 가리킬 수도 있고, “아버님, 들어오세요”처럼 직접 부를 수도 있지요. 살아 계신 자기 아버지를 남에게 말할 때는 보통 “저희 아버지”라고 합니다. ‘저희 아버님’이라고 높일 필요는 없습니다. 같은 아버지를 두고도 누구의 아버지인지에 따라 표현이 달라지는 대목입니다.

  • 친구 아버지를 직접 만났을 때: “지훈이 아버님, 안녕하세요?”
  • 친구에게 아버지의 안부를 물을 때: “아버님은 요즘 어떠셔?”
  • 격식을 갖춰 안부를 물을 때: “춘부장께서는 건강하십니까?”
  • 내 아버지를 남에게 말할 때: “저희 아버지는 잘 지내십니다.”

돌아가신 분을 말할 때는 누구의 아버지인지 보세요

‘선친’과 ‘선대인’은 모양이 비슷해 더 헷갈립니다.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에 따르면 ‘선친’은 돌아가신 자기 아버지, ‘선대인’은 돌아가신 남의 아버지를 높여 이르는 말입니다. “제 선친께서는 국어 교사셨습니다”와 “선생님의 선대인께서는 교사셨다고 들었습니다”를 나란히 놓으면 구별이 선명해집니다. 상대의 돌아가신 아버지를 높이려는 마음으로 “선생님의 선친”이라고 하면, 높임의 뜻은 전해져도 낱말이 가리키는 대상은 어긋납니다.

물론 슬픔을 전하는 자리에서 낯선 한자어를 꼭 꺼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돌아가신 아버님께서 남기신 말씀을 기억합니다”처럼 풀어 말해도 공손하고 분명합니다. 살아 계신 분의 안부를 묻는지, 돌아가신 분을 회상하는지도 함께 살피면 말이 더 정확해집니다.

학생에게 저는 춘부장의 ‘춘’을 참죽나무와 연결해 기억해 두라고 말했습니다. 그다음에는 실제로 누구에게 말할지를 생각해 보자고 했지요. 오래 사시라는 옛말의 마음을 알아두되, 눈앞의 사람에게는 자연스러운 말로 전하는 편이 좋겠습니다.

남의 아버지 높임말은 왜 춘부장일까요? - 요약
남의 아버지 높임말은 왜 춘부장일까요? | 어휘마스터 : https://word.or.kr/765
어휘마스터 © word.or.kr All rights reserved. powered by modoo.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