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로라하다 뜻은 왜 내노라하다와 다를까요?

얼마 전 학생이 쓴 글에서 ‘내노라하는 작가들’이라는 표현을 봤습니다. 소리 내어 읽으면 꽤 자연스럽습니다. ‘내가 제일이라고 내놓고 말한다’는 장면도 떠오르지요. 그런데 이 말의 표준 표기는 ‘내로라하는 작가들’입니다. 왜 하필 ‘로’가 들어갈까요? 오래된 말의 모습을 따라가면 이유가 보입니다.
내로라하다 뜻은 무엇일까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내로라하다’를 ‘어떤 분야를 대표할 만하다’라는 뜻의 동사로 풀이합니다. ‘내로라하는 작가’라면 그 분야에서 이름과 실력을 인정받는 작가라는 말입니다. 반드시 그 사람이 스스로 자랑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른 사람이 그를 두고 ‘내로라하는 작가’라고 말할 수도 있으니까요.
예를 들어 ‘전국의 내로라하는 제빵사들이 대회에 모였다’고 하면, 참가자들이 모두 제 입으로 최고라고 떠들었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각 지역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사람들이 모였다는 뜻입니다. ‘내로라하는 대학’이나 ‘내로라하는 기업’에도 쓸 수 있습니다. 사람의 태도보다는 그 분야에서 차지하는 위치에 눈길을 둔 표현이지요.
비슷한 말로 ‘이름난’, ‘손꼽히는’, ‘대표적인’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다만 문맥에 따라 느낌은 조금 다릅니다. ‘이름난’이 널리 알려졌다는 데 무게를 둔다면, ‘내로라하는’에는 그 분야에서 빠지지 않을 만하다는 평가가 함께 실립니다. 그래서 단순히 인기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붙이기보다, 무엇을 잘해 이름을 얻었는지가 드러날 때 더 어울립니다.
‘내로라’에는 오래된 ‘나’가 남아 있습니다
이 말의 출발점은 뜻밖에도 ‘나’입니다. 국립국어원은 ‘내로라하다’를 ‘나+이-+-로라+하다’로 설명합니다. ‘나’에 ‘이다’의 요소가 이어지고, 자신을 드러내어 말하는 어미 ‘-로라’가 붙은 모습입니다. 오늘날의 말투로 느슨하게 풀면 ‘나야말로 그런 사람이다’ 하고 나서는 소리에 가깝습니다. 이 설명은 말의 짜임을 이해하기 위한 풀이지, 지금도 ‘나이로라’를 일상에서 그대로 쓴다는 뜻은 아닙니다.
‘나’가 왜 ‘내’가 되었는지도 궁금해집니다. ‘나’와 ‘이’가 이어진 옛말의 소리와 표기가 변하면서 ‘내’라는 모습이 굳었습니다. 국립국어원의 어원 설명에는 옛말에서 ‘이-’ 뒤에 오는 요소가 ‘-로-’로 나타나는 과정도 담겨 있습니다. 지금의 ‘내로라’는 그런 오래된 형태가 단어 안에 남은 경우입니다. 현재의 발음만 듣고 ‘내놓다’의 ‘내’와 연결하면 길을 잘못 들기 쉽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내로라’에 ‘하다’가 결합해 ‘내로라하다’가 되었습니다. 처음의 ‘내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라는 말맛이 시간이 흐르며 ‘그 분야를 대표할 만하다’는 뜻으로 자리 잡은 셈입니다. 말의 출발점과 지금의 쓰임을 함께 보면, 왜 남을 평가할 때도 이 표현을 쓰는지 이해하기가 수월합니다.
내노라하다가 자연스럽게 들리는 까닭
‘내노라하다’라고 적는 사람이 많은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말에는 실제로 ‘-노라’라는 어미가 있습니다. ‘내가 가노라’처럼 자기 행동을 힘주어 말할 때 쓰지요. 게다가 ‘내놓다’, ‘내세우다’ 같은 말까지 떠올리면 ‘내노라’가 그럴듯해 보입니다. 낯선 ‘-로라’보다 익숙한 ‘-노라’ 쪽으로 귀가 끌리는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옛 형태는 ‘내가 무엇을 하노라’처럼 행동을 선언하는 구조가 아닙니다. ‘나이다’에 해당하는 요소 뒤에 ‘-로라’가 붙은 구조입니다. 국립국어원 상담 사례도 이 차이를 들어 ‘내로라하다’가 맞고 ‘내노라하다’는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합니다. ‘-노라’ 자체가 틀린 어미라서가 아니라, 이 단어가 만들어진 자리에 들어간 어미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에게는 두 장면을 나란히 놓아 설명합니다. ‘내가 달리노라’에는 달리는 행동이 있고, ‘내로라’에는 ‘나야말로 그 사람이다’라는 자기 지칭이 남아 있다고요. ‘노’와 ‘로’ 한 글자를 억지로 외우기보다, 말이 시작된 문장 모양을 떠올리면 오래 기억합니다.
문장에 넣을 때는 어떻게 쓸까요?
가장 자주 만나는 형태는 ‘내로라하는’입니다. ‘그 행사에는 내로라하는 연주자들이 참여했다’, ‘내로라하는 연구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처럼 씁니다. 여기서 ‘내로라하다’는 사전에 한 단어로 실려 있으므로 ‘내로라 하는’으로 띄어 쓰지 않습니다. 국립국어원도 이 띄어쓰기를 분명히 안내하고 있습니다.
‘내로라할’도 문장에 맞으면 쓸 수 있습니다. ‘그 분야에서 내로라할 만한 선수’처럼 뒤에 오는 말을 꾸미는 방식이지요. 어느 형태를 고르든 ‘로’를 지키고 한 단어로 적는 점은 같습니다. 글을 고칠 때는 ‘내노라하는’의 ‘노’뿐 아니라 ‘내로라 하는’의 빈칸도 함께 확인하면 좋습니다.
표현을 쓸 자리도 생각해 볼 만합니다. ‘우리 반에서 내로라하는 독서가’라고 하면 반 안에서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라는 뜻이 살아납니다. 반면 어떤 분야인지 전혀 드러나지 않는 자리에서는 ‘대단한’, ‘유명한’ 같은 말을 막연히 대신하는 표현이 되기 쉽습니다. 말의 뜻을 알고 쓰면 칭찬도 조금 더 정확해집니다.
맞춤법은 때로 오래된 말의 자국을 보존합니다. ‘내로라하다’의 ‘로’도 그런 자국입니다. 낯설어 보이는 글자 하나를 만났을 때 그 말이 지나온 길을 잠깐 떠올리면, 표기를 기억하는 일도 한결 자연스러워집니다.
